[사설] 우리 사회의 이중성 일깨운 금양호 희생자들 [한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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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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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 사회의 이중성 일깨운 금양호 희생자들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다가 침몰한 쌍끌이 어선 98금양호 선원들에 대한 영결식이 사고 34일 만인 어제 치러졌다. 희생자들의 주검조차 찾지 못해 생전에 입던 점퍼·재킷 등의 유품이 유해를 대신했다. 살아온 삶도 쓸쓸한데, 마지막 떠나는 자리마저 그러하니 안타까움에 목이 멘다.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고귀한 넋들이 하늘에서나마 영면하길 기원하며,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금양호 선장 김재후씨를 비롯한 선원들은 당국의 지원 요청을 받고 “내 아들이 군대에 가서 그렇게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며 흔연히 수색작업에 동참했다고 한다. 뱃사람 특유의 의리도 있었겠지만, 이웃의 어려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었다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후배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한주호 준위의 희생과 디를 게 없는 결단이고 행동이었다. 온 국민이 눈물로 보낸 한 준위 못지않게 우리 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헌신과 희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고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과 국무총리, 정치권, 보수언론이 이들한테 보여준 관심은 천안함 희생자들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다. 주검이나마 수습돼 차려진 두 선원의 빈소는 찾는 이가 없어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천안함 희생자를 위해선 떠들썩하게 성금 모금운동을 벌였지만, 이들에 대해선 관심 밖이었다.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던 군은 금양호 선체 인양작업마저 기피했고, 실종자 가족들이 서울 정부중앙청사로 몰려가 정운찬 국무총리와 면담하고 나서야 성의를 표시했다. 이들이 의사자에 준하는 보상과 서훈 추서, 위령비 설치 등의 대우를 받게 된 것도 정부를 상대로 다툰 끝에 어렵게 얻어낸 결과였다.
천안함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고 기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기려야 할 금양호 희생자들이 홀대받는 현실은 아무래도 비정상적이다. 그래서 이런 의심마저 든다. 금양호 희생자들은 정권의 무능력을 덮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나가는 데 효용성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던가. 천안함 사태와 금양호 사고 처리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에 대해 이제는 불편하더라도 좀더 정직하게 직시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해 몸을 던진 희생자를 기리는 데서도 얄팍한 정치적 산술과 계산이 작용해서는 우리 사회가 건강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