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양98호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정부의 천박함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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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1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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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국가에 따라 목숨값도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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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금양98호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정부의 천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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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돈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팀장  
    
전 국민의 애도 속에 천안함 사고 희생 장병들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젊은 장병들과 장을 끊어내는 고통 속에서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슬픔에 대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안타까움과 애도를 표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런 국민적인 추모의 열기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근거 없는 예단으로 국민들을 협박하는 움직임들이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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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는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근 한달간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한 MBC 노조의 파업투쟁, 4대강 삽질 사업 강행의 여파 등 우리 사회의 많은 이슈들을 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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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안함 사고의 중대성으로 말미암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업들이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부각되지 않았다 손 치더라도 천안함 사고와 관련하여 희생된 금양98호 희생자들의 죽음은 저렇듯 하찮게 취급되었던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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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야 정치권에서는 성명서등을 통해 금양호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을 질타하고, 인천시 중구에서는 직권으로 사망자에 대한 의사자신청을 보건복지부에 신청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천안함 희생 장병에 대한 국민적 애도가 금양호 희생자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대되어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을 형성하기 전까지는 정권과 보수언론은 금양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외면하고 있었다. 인간적인 도의로 수색작업에 나섰던 금양98호 희생자들의 의로운 희생은 명백하게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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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의 차별,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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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민중의소리' 에서는 4월 27일자 기사를 통해 정권으로부터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금양 98호 희생자들 중에서도 람방뉴르카효씨 와 유스프 하에파씨 등 두분의 인도네시아 희생자들이 이중의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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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와 실종자에 대한 보상금에서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각각 내국인 선원의 보상금의 1/3수준인 3,700만원과 4,000만원의 사망자 및 실종자 보상금을 지급받게 된 점을 주목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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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에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침몰 군함에 대한 수색작업에 민간인이, 그것도 외국인이 참여하여 희생되었다면 더욱 중(重)한 예우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보상금액이 내국인 보다 적게 차별적으로 적용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러한 차별적이 발생했던 지점이 어디인지에 대해 우리사회는 희생된 두 분의 인도네시아 선원과 유가족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되물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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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제도, 끝나지 않은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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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양 98호에 승선했던 고 람방 누르카효씨와 유스프 하에파씨는 수협중앙회추천 어선원(체류자격:구, E-0-B/현, E-10-2) 자격을 가진 선원연수생으로 한국에 입국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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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노예허가제라 불리던 연수제도의 해악을 일정부분 개선하고자 2003년 고용허가제가 도입하였고, 2007년 1월 고용허가제와 병행실시 되었던 연수제도가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되어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원의 경우 20t 이상 급 선박에서 여전히 수협중앙회추천이라는 형식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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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로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선원연수생에게 보장되는 승선최저임금은 월 80만원이다. 이 금액은 국토해양부고시와 단체협약에 기준하여 책정된 금액으로 국내선원의 2010년 승선최저임금이 1,098,000원임에 비해 턱도 없이 낮은 금액이다. 선원의 최저승선최저임금이 제조업의 그것보다 높은 수준으로 적용되는 이유는 업무의 강도와 사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선원과 같은 일을 같은 강도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원연수생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국내 제조업노동자의 최저임금인 928,860원(주 44시간 근무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사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보장되어야 하나 선원연수생의 경우는 도입절차에서 최소한의 한국어활용능력에 대한 검증 절차 또한 생략되어 있어, 작업현장에서의 사고에도 취약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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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연수생은 수협중앙회와 계약을 체결한 관리업체를 통해 관리되며 현재는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매달 10만원의 관리비용을 관리업체에 납부했어야 했다. 최초 선주와 계약을 한 선원연수생은 원칙적으로 다른 선주와의 계약을 통해 일자리를 변경할 수 없게 되어 있어 근로조건을 이유로 선주를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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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 추천으로 입국하는 선원들은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3국에서 도입되고 있으며 2010년 3월 현재 내항선원(체류자격:구, E-B-A, 현, E-10-1) 420명, 어선원(체류자격:구, E-0-B/현, E-10-2) 4,966명으로 총 5,386명 이주노동자가 선원연수생으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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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연수생의 노동 및 생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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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고립되어 있는 선상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는 해경에서 '인권침해사범 집중단속기간'을 정해 단속을 시행할 만큼 악명이 높다. 내국인을 대상으로도 폭행, 감금, 선불금 착취 등의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원연수생 등 외국인선원에게는 국적 및 언어의 차이에서 비롯된 차별의식과 결합되어 더욱 심각하고 빈번하게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린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내륙의 제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도 폭언, 폭행 등의 직접적인 인권침해가 여전히 상당수 발생하고 있으나 주변의 동료 및 인권단체를 접촉할 수 있어 추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다. 반면에, 일을 하는 동안 본국 및 한국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선원연수생은 이러한 길이 현실적으로 차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선상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배가 잠시 정박하는 동안 도망쳐 온 5명의 중국인선원들의 사례는 선원연수생에 대한 인권침해에 정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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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노동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선상에서 보내기 때문에 같은 국적의 노동자 커뮤니티와의 교류가 단절되어 있다. 또한 귀항하여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에도 이탈을 우려하여 자유로운 외출을 허가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 이며, 외출을 허가하더라도 이탈방지를 목적으로 여권 및 외국인등록증을 선주 및 회사에서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 람방 누르카효씨의 빈소에 같은 국적의 동료들이 찾지 않아 더 없이 쓸쓸하였던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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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적인 노동조건과 고강도, 고위험을 가진 작업, 상대적으로 높은 차별행위 및 인권침해 가능성, 커뮤니티 및 사회로부터의 단절 등 비인간적인 노동조건 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선원연수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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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차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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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람방 누르카효씨와 유스프 하에파씨에게 지급될 예정인 3,700만원의 사망자 보상금과 4,000만원의 실종자 보상금은 앞서 언급한 외국인선원에 대한 승선최저임금인 80만원을 통상임금으로 적용하여 수협공제회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산출된 보상금이었다. 내국인 선원의 임금과 선원연수생의 임금 차이가 그대로 보상금의 액수로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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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과 관련하여 수협공제회의 담당직원은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기서는 적은 돈이지만 인도네시아에 가면 돈이 커진다' 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였다. 담당직원의 말의 의도가 설마 우리가 익숙하게 듣던 그 소리인지 싶어서 '현재 한국 돈을 인도네시아 돈으로 환전할 때 환율 차 때문에 이득을 볼 수 있어서 보상금의 절대량이 늘어난다고 하는 말씀이냐' 고 물었더니, '자신들이 환전해서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은 모르고, 인도네시아 물가가 싸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적은 돈일지 모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큰돈이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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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존재하는 차별은 이런 방식으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면 내국인들보다 더욱 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것이고, 내국인들은 꺼려하는 일이지만 이 정도 일자리를 주는 것도 대단한 혜택을 주는 것이니까 감지 덕지 해야 하는 것이다. 내국인보다 적은 돈을 주지만 본국에서는 큰돈이니까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고, 가끔 한 대 씩 치는 것은 정이 들어서, 혹은 다 잘 되라고 신경 써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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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차별이었던 것이다. 노동의 조건, 인간적인 삶의 조건에서 한국에 입국하면서부터 차별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이 결국은 선원연수생에게는 (환율 차를 감안하였을 때) 한달 월급으로 충분한 금액인 80만원으로 계산된 보상금 금액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우리는 출신 국가에 따라 노동자의 목숨값도 차별적으로 적용 받는 세상을 만들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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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두 분 인도네시아 선원의 의로운 희생이 우리에게 미담으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우리는 두 분의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떳떳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위해 연수제도를 뿌리 뽑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길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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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돈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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