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죽음 앞에 평등을 허하라 [전남일보]
- 작성자 :
- 등록일 : 2010-04-08
- 조회수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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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죽음 앞에 평등을 허하라 |
| 입력시간 : 2010. 04.07.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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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 저산 진달래가 붉다. 새순을 바라보면서, 문득 봄이 문턱을 넘었음을 느낀다. 그런데 봄은 봄이로되 마음은 영 아니다. 한식을 보내면서 문득 죽음의 이행 절차들이 너무도 다름을 잠시 생각해보았다. 죽음 앞의 만인 평등은 상식이지만 결코 평등하지 않은 것도 시대의 상식 같다. 관은커녕 수의도 없이 바람에 너풀거리며 운구되는 법정스님의 마지막 길에서 만인 평등의 진리를 새삼 깨닫지만 세속의 삶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바다가 시끄럽다. 천안함에 더하여 금양호가 침몰했다. 이들 집단적 죽음을 대하는 각기 다른 대응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쌍끌이 어선의 선원은 촌락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일반 어민과 다르게 임금을 받는 수산노동자이다.
대다수가 독신이며 결혼조차 못할 정도로 사회 밑바닥을 살아왔다. 막상 의로운 일을 행하다가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사회적 관심은 전혀 아니다. 우리사회가 이럴 수가 있나,그런 생각이 든다.
영웅 없는 시절에 한주호 준위의 살신성인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눈물 흘리며 UDT가를 부르는 대원들을 보며 나 자신 눈물이 흘렀다.그러면서도 드는 생각은, 왜 그 자리에 군집한 기라성같은 인물들이 금양호 상가에는 가질 않는가 하는 의문이다. 죽음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거짓임을 우리사회가 정확히 보여주었다.
천안함 침몰 때문에 주목을 받지못했지만 태안에서도 군청 공무원 1명과 농수산부 공무원 7명이 교통사고로 즉사한 사건이 있었다. 농수산부 공무원의 장례식은 엄중히 거행되었으며 1계급 승진에 순직처리까지 되었다.
태안군청 문모 계장은 음주운전으로 모든 죄를 뒤집어 썼다. 평소에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는데 '시골'로 내려온 상급기관의 공무원들과 함께한 회식이라 그러한지 평소와 다른 행태를 보였다. 자신이 살고있는 '별주부마을' 살리기 차원에서 '윗분'들을 모시다가 그만 죽어서도 몰사사건을 일으킨 죄인이 되었다.
음주운전한 공무원은 그렇다치고, 같이 마시고 같은 차를 탔던 이들에게는 면죄부가 주어졌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죽음은 불행이며, 어린 자식들을 남기고 죽은 분에게 조의를 표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도 모든 죽음은 평등하지 않음을 배우게 된다. 네티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리 급한지 뚝딱 순직처리부터 밀어붙이는 농수산부의 처리방식을 지켜보면서, 정작 자신들 관할인 금양호 선원들의 죽음에는 소극적 인상을 주는 것을 대비시키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의 진실 규명은 어쩌면 미궁으로 빠질지도 모른다. 천안함을 둘러싼 다양한 극본이 연출되고, 시민들은 너무도 다양한 주장에 휩쓸려 판단력을 잃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젊은 수병들이 눈 뜨고 죽어있다는 사실 하나다. 함미에서 전원이 발견된다면 모르되,배를 인양했지만 일부라도 시신이 표류하였다면 이를 어쩔 것인가.
오늘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끌려간다'생각하면서 입대한다. 그런데 천안함 식으로 불귀의 객이 되어 돌아온다면, '국가안위 노심초사 군인의 본분'이 무색해진다. 대통령 이하 국무총리, 장차관, 국회의원과 재벌 등 사회지도층 자신과 자제들은 대다수가 한결같이 심신이 쇠약하여 군입대를 '못했다'고 한다.
병역미필자가 병역필자를 평가하는 권력을 지녔기에 다수의 젊은이들과 부모들이 '끌려간다'고 내심 저항하는 것이다.
전선을 지키던 수병들의 '고귀'하면서도 '개같은'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공무원이나 장교들이 죽었다면? 술 마시다가 죽어도 순직되어 최상의 대우를 받는데,한쪽에서는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가 죽어도 '개값'이라면, 영 잘못된 법이다. '죽음 앞에 평등을 허하라!', 너무 생경한 구호인가!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ㆍ해양문화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