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다로 달려나간 아름답고 눈물겨운 민초들 [중앙일보]

  • 작성자 :
  • 등록일 : 2010-04-06
  • 조회수 : 29

첨부파일

 

￿

[사설] 바다로 달려나간 아름답고 눈물겨운 민초들 [중앙일보]

￿

 

￿

 

￿

2010.04.05 00:43 입력 / 2010.04.05 03:48 수정

￿

 

￿
￿
천안함 침몰 사태가 전해진 직후 백령도 부근 바다에는 100여 척의 민간 어선들이 자발적으로 몰려들었다. 유류품을 건지거나 실종자들을 찾는 데 혹시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심정에서다. 이들은 해군과 해양경찰의 구조작전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면서 넓디넓은 차가운 서해 바다를 훑고 다녔다. 모두 돈 한 푼 받지 않고 나선 자원봉사였다. 2일 캄보디아 화물선에 받혀 침몰한 쌍끌이 저인망 어선 98금양호도 그중 하나였다. 선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7명은 실종 상태다. 생명을 구하려고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수색 협조 요청에 흔쾌히 응해 그물이 찢길 때까지 바다 밑을 훑었다. 98금양호의 사고 소식이 더 안타깝고 슬픈 것도 이 때문이다.

필사적인 군 당국의 구조작전이 성과를 내는 데에도 어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 천안함 침몰 직후 구명정을 수거하기 위해 밤바다에 뛰어든 영웅 김정운 상사 등 2명을 구조한 것은 어업지도선이었다. 천안함 함미를 발견하는 데도 17년 된 어선 해덕호가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7t짜리 이 낡은 어선은 4년 전에 구입한 250만원짜리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바다 밑에 가라앉은 함미를 찾아내 해군에 연락했다. 모두 실종자 구조에 스스로 팔을 걷어붙인 민초(民草)들의 눈물겹고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이들은 생업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군을 돕기 위해 차갑고 거친 바다로 달려나갔다.

신문에 실린 98금양호의 사진은 선박 곳곳에 누렇게 녹이 슨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변을 당한 선원들은 일년에 10개월은 바다에 나가 일해야 할 만큼 생활이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98금양호 선원들의 시신이 안치된 빈소는 썰렁하다는 소식이다. 보상금 협상도 난항을 겪을 조짐인 모양이다. 아무리 재정 상태가 어렵다고 해도 이런 데까지 인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발적으로 수색작업에 협조하다 희생된 민초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장례절차나 보상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었으면 한다. 그것은 이번 대형 참사에 찢겨 나간 우리 모두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길이기도 하다.